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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석사 석축과 가람배치의 비밀
    부석사이야기 2014. 9. 10. 11:05

     

     

     

     

    부석사! 아마도 국내 사찰 중 창건연대가 확실한 몇 안되는 절집이다. 특히 교구본사도 아니지만 국보와 보물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아름다운 절’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또 ‘화엄종찰’이라는 대명제는 부석사가 가지고 있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여타의 사찰과는 다른 독특한 가람배치는 학자들의 좋은 연구 소재로 활용되었지만 정작 그들이 내세운 학설들이 부석사 창건 때의 사상적, 신앙적 기반에 얼마나 접근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1300년이 넘는 역사지만 그 시간만큼 남아 있어야 될 사료들은 그저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전통사찰들이 ‘사적기’를 가지고 있지만 유독 부석사만은 그런 역사기록이 전해오고 있지 않다. 다만 18세기까지 사적기가 존재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뿐이다.

    부석사의 가람배치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그리고 정설로 인용되는 설이 바로 정토신앙에 입각한 삼배구품설(三輩九品說)과 화엄경의 십지품설(十地品說) 등을 들고 있다.

    삼배구품설은 부석사의 금당에 해당하는 무량수전에 아미타불이 봉안되어 있음에 기반을 두고 가람배치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화엄종찰 부석사에 왜 비로자나불을 봉안하지 않고 아미타불을 봉안했는가에 대해서는 중국 화엄종 제2대 조사(祖師)인 지엄(智儼. 602년~ 668년)화상의 정토관(淨土觀)과 『무량수경』의 구품사상을 근거로 들면서 의상스님의 아미타신앙과 화엄신앙의 원융조화를 내세우고 있다.

    『화엄경』십지품설은 10개의 축대를 화엄경의 34품, 8회, 10지의 각 단계에 따라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삼배구품설이나 십지품설 모두 금당에 화엄종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이 아닌 아미타불을 봉안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필자가 주장하는 부석사의 가람배치 즉 의도된 석축의 연결구조가 어떤 사상적 배경을 갖고 있는가는 바로 의상의 화엄사상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의상의 화엄사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저술이 바로 『화엄일승법계도』이다. 부석사의 가람배치는 바로 『화엄일승법계도』의 구현이다.

    우선 부석사의 축대는 크게 3단으로 구획이 되는데 이는 삼종세간(三種世間) 즉 기세간(器世間), 중생세간(衆生世間),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으로 규분할 수 있다.

    현재 회전문 입구 계단 전까지의 제 1공간이 바로 기세간, 회전문에서 안양루 입구까지가 중생세간, 마지막 안양루 위의 무량수전이 있는 공간이 바로 지정각세간이되는 것이다.

    그러나 삼종세간을 구현한 축대의 최상위인 무량수전의 지정각세간에서 그 아래를 바라보면 이는 화엄의 연화장세계 그 자체가 된다. 결국 중생의 눈이 아닌 부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또한 삼종세간의 각 공간마다 낮은 단으로 이루어진 9개의 축대는 결국 무량수전의 공간에서 십(十)이란 숫자로 완성되는 일승의 깨달음을 설명하는데 『화엄일승법계도기총수록』에서는 이를 위해 10개의 동전을 세는 비유 등과 왕궁의 많은 겹문을 예로 들며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 이른바 이 문으로 들어가면 곧 안이 되어야 할 것이나 문안에 다시 다른 문이 있기 때문에 앞서 들어 온 것이 도리어 밖이 된다’고 하면서 각각의 문 즉 경계(境界)에 대해 십지경론(十地經論)을 인용하여 ‘제망차별(帝網差別)이라는 것은 진실의상(眞實義相)이니 이를 증득한 자의 경계’라고 하였다.

    이와함께 안양루로 오르는 입구의 굴곡은 법계도인(法界圖印)의 굴곡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화엄일승법계도기총수록』에서는 이를 ‘중생의 근기에 따른 방편’이라 하였다.

    현재 부석사 일주문에서 각 축대와 연결된 계단을 오르면 최종의 궁극점인 무량수전 앞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서 다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10번째 즉 일승(一乘)으로 회향되는 연화장세계가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이 글은 인터넷 불교매체인 미디어붓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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