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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새밭계곡 탐방로 등반.나의 이야기 2009. 5. 28. 14:59
녹음이 우거진 소백산. 이제 산정상의 색깔도 푸른 색이다. 지난 1년반 넘게 힘들고 외롭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었던 소백산. 천동계곡, 새밭계곡, 죽령탐방로, 희방사 계곡으로 연화봉, 비로봉을 오르길 십여차례 태어나서 한 산을 이렇게 많이 올라본적이 없다.
처음 소백산을 오를때는 한겨울에 길을 잘못들어 무려 12시간을 산행을 하고서야 하산을 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초행 길 소백산은 그렇게 힘들게 나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새밭계곡으로 간다는 것이 등산로를 미리 숙지하지 못한탓에 지도만보고 옆길로 들어 산정상 부근에서 길을 잃었다가 가까스로 능선의 등산로를 따라 갔던 그때.
비로봉을 오른다는 것이 그만 국망봉, 상월봉, 신성봉까지 갔다가 겨우 비로봉으로 와서 하산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 겨울 어찌나 춥던지. 그때 조난당하지 않고 살아 내려온 것이 기적이다.
아무튼 어제(27일) 소백산 비로봉에 다시 올랐다.
입구부터 신록이 우거지고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새밭계곡 탐방로에 하얀 함박꽃이 눈부시게 하늘에서 내려왔다.
(함박꽃)
비로봉을 향하는 막바지비탈에 지난해에도 날 반겼던 애기나리가 잎새 뒤에 숲어 있다. 무심결에 지나치는 작은 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척이나 수줍음이 많은 꽃이다.
(애기나리)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금강애기나리도 활짝 꽃을 피웠다.애기나리보다는 작지만 꽃잎 끝에 작은 반점들이 무수히 박혀있어 인상적이다.
(금강애기나리)
소백산 철쭉은 아마도 이번주가 절정이 될 것같다. 5월 중순에 올랐을 때는 5월 20일경이 절정일 것으로 예측했는데 그 사이 몇차례 내린 비로 산정상의 기온이 많이 떨어져 예년과 같은 기간에 절정을 이룰것 같다.
비로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가에 핀 한 무리 철쭉.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고 있었다. 주로 50대에서 60대. 특히 부부동반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무척이나 부러웠다. 나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산정상 부근에 활짝 핀 철쭉. 연분홍 빛이 맑은 햇살을 받아 더욱 곱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년에도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멀리 연화봉과 천문대, 중계소가 박무에 쌓에 희미하게 보인다. 간혹 등산하면 사람들은 말한다. 어차피 내려 갈꺼 뭐하러 노르는지......
그렇다면 어차피 죽을 꺼 뭐하러 아둥바둥하면서 사는지 묻고 싶다. 천년만년 산다해도 어차피 죽을거 뭐하러 사느냐고.
그래서 산은 생의 의미를 더욱 절실하게 간절하게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철쭉 너머로 보이는 바위를 보고서는 키스하는 연인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분홍 철쭉 그늘 아래서 사랑하는 이와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꽃밭에서의 키스....
국망봉으로 향하는 탐방로 입구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들.
그리고 그렇게 산을 내려왔다. 이 날 산행은 다른때에 비해 무척이나 고단했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르는 동안 계속 다리에 힘이 없어 힘이들었다. 그러나 비로봉에 올라 철쭉들의 모습을 보고 나니 기운없던 다리에 힘이 솟아는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산할 수 있었다.
아름드리 삼나무가 하산길 작별인사를 한다. 나도 다음 생에는 나무로 태어나 볼까.근심 걱정없는 무심의 마음으로 사는 나무들. 허나 나무라고 근심걱정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팔만사천번뇌는 생명이 있는 누구나에게 존재하는 것인데. 너무 인간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다 보는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
그래 저 굳굳한 삼나무처럼 나도 현재의 불확실성과 근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그 분명 좋은 일이 있을거야. 백수 생활 이제 한달이 다되어 간다. 남은 건 아무것도 없고 내일에 대한 기약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견디고 일어나야 한다. 희망은 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무얼 먹고 살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어떻게 열심히 살것인가를 실천하는 생을 살라고 산은 말한다.
지난 겨울의 모진 추위와 바람 속에서도 꽃을 피워낸 비로봉의 철쭉들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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